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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12.21 소규모 카페에 납품된 스텐싱크대 1

하....몇년전 제작했었던 싱크대 입니다. 신한엠에스가 손이 많이가는 클린룸이나 GMP 전문 스텐기물을 주로 제작하다보니 여력이 없기도하고 클린룸수준의 퀄리티 유지를 위해 일반주방용이나 타용도의 제품을 제작하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개인용도나 카페 등에서 구매문의를 하셔도 주문제작을 못해 드리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몇년전 문의왔던 이곳도 작은카페를 새로 차리시는 분이었는데 처음에는 크린룸 전문제작업체임을 설명드리고 도와드리지 못함에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전화를 주셔서 도저히 할 곳이 없다고 한참 하소연을....ㅠ 심지어 다른 주방업체에 맡겼다가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납품 온 것을 그대로 빠꾸처리 한 상황이라 주방업체들을 못 믿고 계셨습니다. 예...어차피 일이란게 사람이 하는지라 흔들렸습니다. '나도 회사를 관두고 혼자 창업을 하게 된다면 내 상황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맘이 들더라고요.

싱크대와 함께 옆에 나란히 두는 작업대를 요청하셨습니다. 작업대 하부에 제빙기를 넣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 하부 여유공간의 규격을 잘 체크해야하고, 창업하시는 곳이 구축주택이라 벽을 일부 허물고 싱크와 테이블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 딱 맞춰서 제작되지 않으면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반입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경우 여러가지 부분을 체크해 주셔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시다보니 원활히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노파심에 3D로 랜더링까지 해 드리면서 이러이러한 부분들 사용에 문제 없을지 꼭 체크해 보셔야 한다고 당부를 거듭.

잘 설계해 줘서 고맙다고...하지만 창업자금이 많지 않다보니 네고를 부탁하시는데.....아니 ㅠ 남일 같지 않아서 이미 싸게 해드리는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ㅠ....해드렸습니다. 정말 남일 같지 않았고, 여기서 마진을 낼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렇게 최종 발주가 난 후 제작에 들어가면서도 제작담당한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 이러이러한 부분 사용자분한테 체크해달라 했고 문제없다고 피드백이 오긴왔다. 그런데 내가 뭔가 좀 찝찝하다. 제작전에 다시 한번 체크 해달라 - 다음날 제작 담당이 "와 말씀하신게 있어서 제가 화상통화를 해서 현장을 보여달라고 했거든요? 그대로 제작했으면 큰일날 뻔했어요. 제품 반입자체가 안될뻔" 

다행이었습니다. 과하다 싶은 이중체크가 문제를 사전에 예방했습니다. 

저희 공장과 거리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배송비는 저희가 부담해서 발송해 드리지만 하차나 반입은 지원되지 않는 조건이었습니다. 무거운 것은 아니라 그냥 양쪽에서 들어줄 두분만 있으면 되는 것이라. 그런데 막상 납품당일 공장에서 저에게 호출이 왔습니다. "아 여기....여사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직원도 없고 혼자 뿐이라고....." 아니... 이미 랜더링을 몇번을 수정해 드리고 금액도 깍아준 곳인데 이걸 직접 납품까지 가면 이윤을 고사하고 이젠 마이너스가 되버리는데....ㅠ

저희 직원이 직납을 갔습니다 ㅠ 예. 제가 그냥 이걸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욕 먹으면 되니까요.

납품간 직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 저 지금 철물점 찾고 있어요. 아니 그게 여기....내려다 주긴 했는데 사장님이 싱크를 연결할 준비가 안되어 있고 연결줄도 없는데 좀 해주면 안되냐고 부탁을 하셔서;;;" 

하....ㅠ 반도체제조사나 제약회사, 식품업체 같은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다가 개인업체에 판매를 하다보니 너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이미 이윤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사장님한테 욕을 내가 먹으면 되고.....

아무튼 남는건 없었지만 누군가를 도왔다는 뿌듯함은 남기고 일이 끝났습니다. 끝난줄 알았는데 그 이후에도 많은 일이 있더라고요......

 

이 제품후에는 수년간 저희가 개인제작을 전혀 안받게 되었었습니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내 호의가 상대에게도 내 의도만큼의 크기는 아닐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회사의 시스템이 B2B에 최적화되어 있는데 준비없이 B2C 를 하게될 경우의 문제점을 목도하게 되었죠. 

싱크대 후면을 보시면 측면 한쪽을 들여서 제작한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구축주택의 벽을 허물면서 남겨진 부분 때문에 간섭을 피해서 제작한 흔적입니다.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재미도 보람도 있었고, 뒷맛은 씁쓸함을 남겼던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신한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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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한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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